CCHARAVERSE STUDIO
짱과 전학생

07화 · 전체 20화

부정할 수 없는 것

글 · 힐링아무

그 뒤로 며칠, 재현은 스스로를 다잡으려 애썼다.

'착각이야.'

몇 번이고 그렇게 되뇌었다. 사람이 사람을 보면서 다른 사람을 떠올리는 거야 흔한 일이라고, 그냥 우연히 웃는 방식이 비슷했을 뿐이라고. 재현은 그 생각으로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했다.

하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교실에서 은호가 웃을 때마다 재현의 시선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가면서도, 지나간 후엔 꼭 한 번씩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눌러야 했다. 심지어 은호가 자리에 없는 날엔, 이상하게 하루가 밋밋하게 느껴졌다.

'미친 거 아니야.'

재현은 그런 스스로가 낯설었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이런 식으로 신경을 뺏겨본 적이 없었다. 짱 노릇을 하면서도, 서클 문제를 처리하면서도, 늘 감정보다 판단이 앞서는 쪽이었다. 그런데 은호 앞에서는 그 순서가 자꾸 뒤집혔다.

—

그날 점심, 재현은 결국 참지 못하고 은호가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딱히 할 말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가까이 있고 싶었다.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재현은 잠깐 당황했다.

"뭐야, 또 왔어?" 은호가 이어폰 한쪽을 빼며 재현을 올려다봤다.

"…밥은 먹었냐."

스스로 듣기에도 어색한 질문이었다. 재현은 평소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안부를 묻지 않았다. 은호도 그 변화를 눈치챈 듯 살짝 눈을 크게 떴다.

"먹었지. 근데 너 요새 왜 그래?"

"뭐가."

"평소보다 이상해." 은호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덧붙였다. "나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야?"

가벼운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현은 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걸 느꼈다.

"…무슨 헛소리야."

부정하는 말투가 스스로 듣기에도 힘이 없었다. 은호는 그런 재현의 반응을 잠깐 관찰하더니, 이번엔 웃지 않았다.

"...진짜 그런 거야?"

정곡을 찔린 재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침묵이 오히려 더 확실한 답이 되어버렸다.

은호는 잠시 그런 재현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피하며 이어폰을 다시 꼈다.

"…됐어. 농담이었어."

그 말이 재현 귀엔 이상하게 방어적으로 들렸다. 마치 은호 자신도 그 답을 원하는 건지 아닌지 확신 못 하는 것처럼.

—

그날 밤, 재현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는 이든의 잔상이라고, 죄책감이 만들어낸 착각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왔다. 하지만 오늘 낮의 그 순간 — 심장이 내려앉던 그 감각은, 죄책감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건가.'

그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재현은 스스로도 놀랐다. 지금껏 한 번도 누군가를 그런 식으로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 연애 감정이라는 게 재현에게는 늘 먼 나라 얘기였다. 짱 자리를 지키는 데만도 벅찼으니까.

그런데 지금, 처음으로 그 감정의 이름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재현은 다시 한번 그 생각을 부정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엔 예전처럼 쉽게 밀어내지지 않았다.

죽은 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애를, 좋아해도 되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재현 스스로도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 *(다음 화 예고: 재현이 다가가지만, 은호는 미묘하게 선을 긋는다)*

07화 끝

다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