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짱과 전학생

05화 · 전체 20화

꿰뚫어 보는 눈

글 · 힐링아무

후배가 입원한 다음 날, 재현은 평소보다 날카로운 상태로 등교했다.

동현 라인의 움직임은 확실히 심상치 않았다. 재현은 하루 종일 그 문제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고, 표정에서도 그게 티가 났는지 주변 애들이 평소보다 더 눈치를 봤다.

은호만 빼고.

점심시간, 재현이 혼자 옥상 계단 쪽에 앉아 있을 때였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아무도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여기 있었네."

은호였다. 재현은 대꾸 없이 시선만 잠깐 줬다가 다시 거뒀다.

"저리 가."

"왜, 방해돼?"

"어."

은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몇 계단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재현은 신경질적으로 한숨을 내쉬었지만, 굳이 더 쫓아내진 않았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요새 표정이 좀 다르더라."

"뭔 소리야."

"평소엔 그냥 무섭잖아. 근데 요새는……" 은호가 잠깐 말을 고르는 듯하더니 이었다. "불안해 보여."

재현은 순간 은호를 돌아봤다.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헛소리하지 마."

"헛소리 아닌데." 은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너 계속 자리 지키려고 애쓰는 거 다 보여. 근데 그거, 딱히 네가 원해서 하는 것 같지가 않아서."

재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은호의 말이 이상하게 아팠다. 정확히 짚혔다는 게, 오히려 화가 났다.

"네가 뭘 안다고."

"몰라." 은호가 순순히 인정했다. "그냥 보이는 거야. 그런 눈빛, 낯이 익어서."

낯이 익다는 말에 재현은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캐물을 새도 없이, 은호가 말을 이었다.

"세지려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 진짜 세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거든. 뭔가를 안 뺏기려고, 혹은 이미 뺏긴 걸 되찾으려고 그러는 거지."

재현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이 서늘해졌다. 마치 자기 안을 그대로 들여다본 것 같은 말이었다.

"...너 뭐야."

"나?" 은호가 웃었다. 평소의 나른한 웃음과는 조금 다른, 어딘가 씁쓸함이 섞인 웃음이었다. "그냥 전학생."

재현은 그 웃음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또 그 감각이었다. 낯설면서도 낯익은.

"내가 뭘 안 뺏기려고 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몰라." 은호가 다시 한번 인정했다. "그냥 짐작이야. 근데—" 은호가 잠깐 재현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렇게 안 살아도 될 것 같은데, 너는."

그 한마디가 재현 가슴 어딘가를 깊게 건드렸다. 지난 3년 동안, 누구도 재현에게 그런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 다들 재현의 위치를 두려워하거나 이용하려 했지, 그 자리 자체를 의심해준 사람은 없었다.

이든 말고는.

재현은 그 생각이 스치자마자 고개를 저으며 밀어냈다.

"…신경 꺼." 결국 재현이 짧게 내뱉었다. "네가 뭘 안다고 이래라저래라야."

은호는 더 캐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신경 꺼줄게." 계단을 내려가며 은호가 덧붙였다. "근데 하나는 알아둬. 그렇게 계속 버티다가 진짜 소중한 거 놓치면, 그땐 늦어."

그 말을 남기고 은호는 사라졌다. 재현은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진짜 소중한 거 놓치면, 그땐 늦어.'

그 말이 왜 이렇게 사무치는지, 재현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 은호는 뭔가를 알고 있다는 느낌.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 *(다음 화 예고: 재현이 은호를 위험에서 감싸는 사건이 벌어진다)*

05화 끝

다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