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발굽 소리가 마차를 따라잡은 건 관도를 채 벗어나기도 전이었다.
목인은 뒤를 돌아보고는 낮게 혀를 찼다. 예상보다 빨랐다. 너무 빨랐다.
"수장님."
마차가 멈춰 섰다. 하천이 말에서 내리는 동작엔 한 치의 지체도 없었다. 그의 눈은 이미 목인이 아니라, 마차 안에 결박된 서리안에게 꽂혀 있었다.
"...무사하냐."
낮은 물음이었다. 목소리엔 평소의 냉기 대신, 처음 듣는 종류의 떨림이 섞여 있었다.
서리안은 결박된 채로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눈이 마주쳤고, 서리안은 그 안에 담긴 감정이 단순한 소유욕이 아니라는 걸 처음으로 확신했다.
"목인."
하천이 시선을 돌렸다. 그 눈빛만으로도 공기가 얼어붙었다.
"설명해라."
"수장님을 위해서였습니다."
목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십 년입니다. 십 년을 오직 원수를 갚기 위해 버텨오신 분이, 그 원수의 핏줄에게 흔들리는 걸 저는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 허락도 없이, 내 것을 마음대로 처분했다는 건가."
하천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가라앉았다.
"내 것."
그가 그 말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마치 스스로도 처음 깨닫는 사실을 확인하듯.
"그래. 내 것이다. 물건이든 아니든, 그건 내가 정할 일이지 네가 아니야."
목인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스쳤다.
"수장님, 그건 그저—"
"닥쳐라."
한마디로 잘려나간 항변이었다. 하천은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마차로 다가가 서리안의 결박을 풀었다. 손끝이 떨리고 있다는 걸, 서리안은 놓치지 않았다.
"괜찮으냐."
되풀이되는 물음이었다. 서리안은 대답 대신, 자유로워진 손으로 하천의 옷깃을 붙잡았다.
"...늦지 않았소."
그 말에 담긴 뜻을 하천은 정확히 알아들었다. 그의 눈빛이 순간 흔들리더니, 서리안을 끌어당겨 강하게 끌어안았다. 힘으로 가두는 포옹이 아니라, 놓칠까 두려운 자의 포옹이었다.
"다시는."
목소리가 갈라졌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할 거다." — 목인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렸다. 흑룡회의 규율대로라면, 명을 어기고 사사로이 사람을 처분하려 한 죄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수장님, 부디 제 충심만은 알아주십시오."
하천은 오래도록 그를 내려다보았다. 분노와 오래된 신뢰 사이에서, 그의 눈빛은 복잡하게 흔들렸다.
"네 충심은 안다."
낮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방식이 틀렸다. 나는 누군가 내 대신 결정하는 걸 용납한 적 없어. 설령 그게 너라 해도."
처분은 그 자리에서 내려지지 않았다. 다만 목인은 그날부로 근신을 명받았고, 흑룡회 내에서 그의 입지는 눈에 띄게 좁아졌다. — 저택으로 돌아오는 길, 서리안은 하천의 곁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아직 묻지 못한 질문들이 많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저 이 온기를 확인하고 싶었다.
"...아까, 내 것이라 했소."
서리안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물건이 아니라."
하천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에두르지 않고 답했다.
"그래. 더 이상 물건이라 부를 수 없다는 걸,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으니까."
그 말이 두 사람 사이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이름 붙일 수 없던 관계가, 처음으로 어떤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