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흑룡, 나비를 삼키다

10화 · 전체 16화

잠시의 평온

글 · 힐링아무

그날 이후, 저택의 공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서리안의 방문은 더 이상 밖에서 잠기지 않았다. 대신 하천의 처소와 이어진 작은 문 하나가 새로 생겼다. 누구의 명이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오늘은 어디 가지 않아도 되오?"

서리안이 물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물음이었다.

"급한 일은 없다."

하천이 서책을 펼치며 답했다. 대수롭지 않은 말투였지만, 서리안은 그 안에 담긴 배려를 놓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힘으로 밀어붙이던 손길은 여전했지만, 이제 그 안엔 예전엔 없던 조심스러움이 섞여 있었다. 서리안 역시 더 이상 그 손길을 밀어내지 않았다.

"...당신은."

서리안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전히 나를 물건이라 생각하시오?"

하천이 서책에서 눈을 들었다.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서리안의 뺨을 감쌌다. 흠집을 확인하는 손길이 아니라, 온전히 다른 의미의 손길이었다.

"물건이었다면."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마음이 쓰이진 않았겠지."

그 말에 서리안은 처음으로,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 아직 서로에게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이었지만, 그 온기만큼은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 그러나 평온은 오래가지 않을 조짐을 품고 있었다.

저택 밖, 목인은 근신 중이었으나 완전히 손을 놓은 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오래된 연줄 하나를 통해 접선을 이어가고 있었다.

"수장님이 완전히 흔들리셨소."

목인이 낮게 말했다. 맞은편에 앉은 자는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였다.

"그렇다면 우리 계획을 앞당겨야겠군."

그림자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 담긴 확신은 짙었다.

"흑룡회의 수장이 서가의 핏줄에게 빠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우리에게도 나쁠 것 없지. 다만 아직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

목인이 말을 잘랐다.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뒤집힐지 알 수 없으니까. 그때를 노려야 한다. 가장 깊이 얽혔을 때."

그림자가 나직이 웃었다. 그 웃음엔 목인조차 알지 못하는 계산이 숨어 있었다.

"위가의 뜻대로 되겠군."

그 이름이 흘러나온 순간, 어둠 속 촛불이 잠시 흔들렸다. — 저택 안, 서리안은 하천의 품에 기댄 채 오랜만에 편안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 평온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 위에 서 있는지,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10화 끝

다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