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흑룡, 나비를 삼키다

05화 · 전체 16화

낙인

글 · 힐링아무

저택에 손님이 든 건 오랜만이었다.

흑룡회의 오랜 협력자라는 상단주가 하천을 찾아왔고, 서리안은 차를 올리라는 명을 받았다. 평소라면 하인들의 몫이었지만, 하천은 굳이 그를 불러들였다.

"이자가 서가의 그 아이인가?"

상단주가 흥미로운 눈으로 서리안을 훑어보았다. 서리안은 시선을 내린 채 찻잔을 내려놓았지만, 그 눈길이 불쾌하게 살갗에 달라붙는 걸 느꼈다.

"곱게도 생겼군. 수장께서 아끼신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보오."

"소문은 소문일 뿐이오."

하천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낮았다. 그러나 서리안은 그 아래 깔린 미세한 냉기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저 부리는 물건일 뿐. 관심 가질 것 없소."

말은 물건이라 낮췄지만, 상단주가 서리안에게서 눈을 떼지 않자 하천의 손가락이 찻잔 손잡이를 소리 없이 조였다.

"이런 아이라면 값을 두 배로 쳐드릴 수도 있는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말이었다. 그러나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농이 지나치시오."

하천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낮은 목소리엔 더 이상 웃음기가 없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상단주는 뭔가 잘못 건드렸다는 걸 눈치채고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그가 떠난 뒤, 방 안엔 서리안과 하천 둘만 남았다.

침묵이 흘렀다. 서리안은 그저 빈 찻상을 정리하려 했지만, 하천의 시선이 내내 그에게 고정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왜 그렇게 보시오."

"값을 매기더군."

하천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네게. 두 배씩이나."

"그게 무슨 상관이오. 어차피 나는 팔리지 않을 텐데."

"상관없다고?"

그가 다가왔다. 걸음마다 서리안과의 거리가 좁혀졌다.

"내 것에 값을 매기는 걸, 내가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뜻인가."

서리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건 질투인가, 아니면 그저 소유물에 대한 집착인가. 구분이 가지 않았다.

하천의 손이 그의 옷깃을 풀어헤쳤다. 목덜미가 드러났다.

"...뭘 하려는 거요."

"확실하게 해둘 생각이다."

그의 손끝이 목덜미를 지나 어깨선까지 미끄러졌다. 그리고 이가 살갗에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아프도록 세게, 자국이 남을 만큼.

서리안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통증과 뒤섞인 낯선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

"이제 누구도 함부로 값을 매기지 못할 거다."

하천이 낮게 속삭였다. 어깨에 남은 붉은 자국을 손끝으로 쓸며.

"이건 물건에 찍는 낙인이다. 주인이 누구인지, 두 번 다시 헷갈릴 일 없도록."

서리안은 그 말에 담긴 소유욕의 깊이에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그 낙인이 남긴 통증 어딘가에서 이상하게도 안도 비슷한 감정이 스쳤다는 걸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었다.

"...당신은."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를 물건이라 하면서,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요."

하천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러나 서리안은 분명히 보았다.

"물건이니까."

대답은 즉각적이었지만, 그 말투엔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균열이 섞여 있었다.

"아끼는 물건은, 남이 손대는 걸 용납하지 않는 법이다."

서리안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다만 어깨에 남은 자국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그 통증이 언제부터인가 불쾌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조용히 마주하고 있었다.

05화 끝

다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