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흑룡, 나비를 삼키다

03화 · 전체 16화

무너지는 법을 가르치다

글 · 힐링아무

며칠째 같은 시각, 하천은 그를 불러들였다. 이유는 매번 달랐지만, 목적은 하나였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이리 와라."

서리안은 문턱에 서서 잠시 멈췄다.

"부르면 개처럼 달려와야 하오?"

"아니."

하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왔다. 걸음에 서두름이 없었다. 이미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아는 자의 여유였다.

"부르면 오는 게 아니라, 오지 않으면 내가 데리러 간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

말이 끝나기 전, 그의 손이 이미 서리안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뼈가 눌릴 만큼 세게.

"...아프오."

"아프라고 잡은 거다."

하천은 그를 방 안으로 끌어당겼다. 문이 닫혔다. 서리안은 등이 벽에 닿는 걸 느꼈고, 곧이어 하천의 몸이 그 앞을 완전히 가로막았다.

"오늘은 뭘 시험할 셈이오."

"시험이 아니다."

그가 서리안의 턱을 잡아 올렸다. 손끝에 다정함이라곤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

"확인이지. 네가 아직도 나를 밀어낼 힘이 남았는지. 매번 줄어드는 걸 지켜보는 게, 제법 볼만하거든."

서리안의 눈에 순간 굴욕이 스쳤다. 하천은 그 표정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았다. 오히려 즐기듯이.

"그런 눈으로 볼 것 없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내겐 상관없으니까."

입술이 겹쳐지기 전, 서리안은 고개를 돌리려 했다. 하천의 손이 더 빨랐다. 턱을 붙든 채로, 도망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입맞춤은 다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굴복시키기 위한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저항이 옅어질수록, 하천의 눈빛은 오히려 더 차가워졌다. 마치 예상한 결과를 확인하듯.

입술을 뗀 뒤, 그는 서리안의 흐트러진 얼굴을 무심히 내려다보았다.

"봐라."

목소리에 감정이라곤 없었다.

"저항할 힘 따위, 진작 없었잖나. 네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자신이 뭔지."

서리안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그러나 하천은 그 분노조차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뻗어 그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놓아주지 않을 거다."

말투는 다짐이 아니라 통보였다.

"네가 어떤 이름을 가졌든 상관없다. 넌 내 소유물이고, 소유물은 주인의 것을 거부할 권리가 없어."

"...당신에게 나는, 그저 물건일 뿐이오?"

"물건이지."

하천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값을 치르고 산 물건. 애정을 논할 이유가 없다. 다만—"

그가 서리안의 뺨을 손등으로 쓸었다. 그 손길조차 애정이 아니라, 흠집 없는지 확인하는 손길에 가까웠다.

"쓸모 있는 물건은 아껴 쓰는 법이지. 그뿐이다."

서리안은 그 말에 담긴 냉혹함에 숨이 막혔다. 위로도, 다정함도, 심지어 증오조차 아닌 완전한 무관심. 차라리 미움을 받는 게 나을 뻔했다.

그날 밤, 하천은 그를 완전히 놓아주지 않았다. 서리안은 저항했지만, 저항이 무의미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력감이 어느 순간, 낯선 감각으로 변질되는 걸 느끼며 그는 스스로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 새벽, 서리안은 홀로 어두운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나는 저 사람에게 물건일 뿐이다.*

그 사실이 분해야 마땅한데, 몸은 이미 다른 답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는 아직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 한편, 저택의 다른 편에서는 그림자 하나가 조용히 서찰 한 장을 접고 있었다.

봉인에 찍힌 낯선 문양은, 아직 서리안도 하천도 알지 못하는 이름을 담고 있었다.

03화 끝

다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