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요괴 사건과 원귀 목격자

09화 · 전체 28화

조직

글 · 힐링아무

다음 날 백결은 요괴전담반 사무실로 할머니의 경문 노트를 들고 갔다. 팀 내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선임, 하도영에게 문양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하도영은 노트를 받아 들자마자 표정이 굳었다. "이거 어디서 났어."

"할머니 유품입니다. 낯익은 문양인가요."

하도영은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봉인술 계열이야. 그것도 아무나 쓰던 게 아니고. 이 문양, 옛날 봉인술사 가문에서만 전수되던 방식이거든."

"봉인술사 가문이요."

"몇 대 전에 사실상 몰락했어. 자세한 건 나도 몰라. 근데 요 몇 년 새, 이 계열 술법을 쓰는 조직이 다시 움직인다는 얘기가 돌아. 인간계랑 요계 경계에서 뭔가 캐내려는 놈들."

백결의 머릿속에 채령이 떠올랐다. 결계 문양 앞에서 오히려 옅어지던 반응.

"혹시, 이 조직이 사람을 제물로 쓴다거나 하는 얘기도 있습니까."

하도영이 날카롭게 백결을 쳐다봤다. "왜 그런 걸 물어."

"지금 맡고 있는 사건이 좀 이상해서요."

하도영은 잠시 침묵하다 낮게 말했다. "확인된 건 없어. 근데 소문은 있어. 경계를 허물려면 대가가 필요한데, 그 대가가 사람이라는 얘기. 그것도 아무나가 아니라, 그 봉인술 혈통에 가까운 사람."

백결은 순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채령의 조각난 기억, 죽음의 감각이 흐릿하다던 증언, 결계 문양 앞에서의 이상 반응. 모든 게 하나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이 사건, 저 혼자 계속 파도 되겠습니까."

하도영은 노트를 그에게 돌려주며 짧게 답했다. "위에는 보고하지 마. 아직은. 괜히 건드렸다가 조직 쪽에서 눈치채면 곤란해지는 게 한둘이 아니야."

백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실을 나서며 그는 노트를 품속 깊이 갈무리했다. 채령에게 이 이야기를 어디까지 해야 할지, 아직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복도를 걸으며 그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하도영이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이 뒤늦게 마음에 걸렸다. "그 봉인술 혈통에 가까운 사람." 채령이 그 혈통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우연히 근처에 있었던 걸까.

그는 노트 속 문양을 다시 떠올렸다. 할머니가 어디서 이런 걸 배웠는지, 왜 남겼는지, 이제는 물을 수도 없는 질문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확실한 건 하나뿐이었다. 이 사건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

0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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