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요괴 사건과 원귀 목격자

07화 · 전체 28화

그림자

글 · 힐링아무

그날 밤도 여느 때처럼 백결은 한옥 마루에 앉아 채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질문이 아니라 그냥, 대화였다. 채령이 살아있을 때 무슨 일을 했는지, 좋아하던 음식이 뭐였는지— 사건과는 무관한 것들.

"떡볶이." 채령이 말했다. "매운 거 잘 못 먹었는데 그래도 좋아했어. 이상하지."

백결이 피식 웃으려던 찰나, 채령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시선이 대문 쪽을 향해 있었다.

"왜 그래."

"저기, 누가 있어."

백결은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며 대문 쪽을 살폈다. 골목 어귀,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자리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옷, 마른 체형. 채령이 전에 설명했던 그 인상착의와 정확히 일치했다.

남자는 미동도 없이 한옥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람이라기엔 지나치게 고요했다. 백결이 몸을 일으켜 대문 쪽으로 다가가려는데, 채령이 다급하게 그의 팔을 잡으려 했다— 물론 잡히지 않았지만, 그 동작만으로도 절박함이 전해졌다.

"가지 마."

"확인만 하고 올게."

"저 사람, 사람 아니야." 채령의 목소리가 떨렸다. "3년 전에도 저런 걸음걸이를 본 적 있는 것 같아. 확실친 않지만— 위험해."

백결은 걸음을 멈췄다. 조각난 기억 속에서 뭔가가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대문 대신 마루로 돌아와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 남자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이윽고 몸을 돌려 골목 저편으로 사라졌다. 걸음걸이가 채령의 말대로 이상하게 뻣뻣했다.

긴장이 풀리자 백결은 그제야 채령을 돌아봤다.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괜찮아?"

채령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손— 방금 전 백결의 팔을 잡으려 했던, 잡히지 않는 그 손을 내려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나 방금, 왜 그랬지."

"뭐가."

"당신 못 가게 막으려고 했어. 위험할까 봐. 근데 나—" 채령은 말을 잇지 못했다.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며칠 전만 해도 그녀에게 백결은 자신을 취조하듯 캐묻던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방금 그 순간, 몸이 먼저 움직였다.

백결도 딱히 답을 줄 수 없었다. 다만 그 역시,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지키려 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궁금증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으리라는 것도 어렴풋이 예감했다.

0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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