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요괴 사건과 원귀 목격자

06화 · 전체 28화

반경

글 · 힐링아무

며칠간 채령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백결이 이름을 불러도 예전만큼 빨리 응하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야 겨우 담벼락 그늘이 흔들리는 정도였다.

백결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굳이 사과하지는 않았다. 대신 다른 방식으로 다가갔다.

"오늘은 질문 안 할게."

채령이 그늘에서 반쯤 걸어 나오다 멈칫했다. 의심스럽다는 눈빛이었다.

"그냥 물어보려고. 여기, 답답하지 않아?"

채령은 대답 대신 마당을 둘러봤다. 3년째 같은 풍경. 같은 담벼락, 같은 우물, 같은 마루.

"답답하지."

"나가고 싶어?"

그 질문에 채령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나가고 싶긴 한데—"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사실 몇 번 해봤어. 대문 밖으로 나가려고."

"그런데."

"안 돼. 어느 지점을 넘으면 몸이— 이게 몸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뒤로 확 당겨져. 마치 고무줄에 묶인 것처럼."

백결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실험해보자. 내가 앞장설게. 어디까지 되는지 보자."

채령은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뒤를 따랐다. 대문을 나서고, 골목을 지나고, 백결의 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채령의 형체가 뚜렷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건 골목 끝, 오래된 전봇대를 지날 때쯤이었다.

"여기서부터 이상해." 채령이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그녀의 발밑에서부터 형체가 아지랑이처럼 옅어지고 있었다.

백결은 몇 걸음 더 가보라는 듯 손짓했다. 채령이 이를 악물고 한 발 더 내디뎠다. 순간 그녀의 몸이 반투명하게 사라질 듯 흐트러지더니,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잡아채인 것처럼 순식간에 뒤로 튕겨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는 다시 한옥 마당, 담벼락 그늘 앞에 서 있었다.

백결이 서둘러 되돌아왔다. "괜찮아?"

채령은 숨을 몰아쉬듯 어깨를 들썩였다. 유령에게 숨이 필요할 리 없는데도, 그 동작은 지독히 인간적이었다.

"이 마당을 못 벗어나. 정확히 이 반경 안에서만."

백결은 골목 끝까지의 거리를 가늠해봤다. 넉넉잡아 반경 오십 미터 남짓. 딱 이 한옥과 바로 앞 골목을 아우르는 범위였다.

"이상하네." 그가 중얼거렸다. "보통 원귀는 이런 식으로 묶이지 않아. 한이 서린 장소에 머물 뿐이지, 물리적으로 튕겨 나가진 않거든."

채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며 낮게 물었다.

"나, 대체 뭐에 묶여 있는 걸까."

백결도 그 질문에는 답할 수 없었다.

0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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