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요괴 사건과 원귀 목격자

03화 · 전체 28화

부름

글 · 힐링아무

밤이 깊도록 백결은 서에 남아 있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사건 파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오직 한 장뿐이었다. 실종자 인적사항. 채령. 스물여섯. 마지막 목격 장소, 그 한옥.

동료들은 진작 퇴근했다. 사무실엔 그와 형광등 웅웅거리는 소리뿐이었다. 백결은 파일을 덮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커피를 세 잔째 들이켰다. 뭔가 놓치고 있다는 감각이 계속 목덜미를 긁었다.

결국 그는 다시 한옥으로 향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었다. 대문을 밀고 들어서자 마당엔 아무 기척도 없었다. 백결은 마루 끝에 걸터앉아 담벼락 그늘을 바라봤다. 어제도, 그제도 그곳에서 나타났으니까.

한참을 기다려도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백결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손에 든 파일을 다시 펼쳤다. 실종자 인적사항 칸의 이름을 눈으로 훑다가,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냈다.

"채령."

낮고 무심한 부름이었다.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그저 입에 붙어버린 이름을 소리 내 확인해본 것뿐이었다.

그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담벼락 그늘이 일렁이더니, 그 안에서 형체가 걸어 나왔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흐릿하지 않았다. 긴 머리, 마른 몸, 옅은 색 한복 자락. 완전한 사람의 형상이었다. 눈이 마주쳤다. 살아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친 것 같은 감각에 백결은 순간 숨을 삼켰다.

형체— 아니, 이제는 분명히 사람의 모습을 한 그것이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이번엔 소리가 났다. 백결은 그제야 그녀의 차림새가 눈에 들어왔다. 옅은 색 한복, 그것도 평상복이 아니라 격식을 갖춘 의식용에 가까운 매무새였다.

실종 당시 사진 속 그녀는 분명 청바지 차림이었는데. 위화감이 스쳤지만 물을 틈이 없었다.

"...들려?"

가늘고, 오래 쓰지 않은 목소리처럼 갈라져 있었다. 백결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들려."

여자의— 아니, 채령의 눈에 순간적으로 물기 같은 것이 어렸다. 오랫동안 아무도 자신을 듣지 못했다는 걸 그 표정만으로 알 수 있었다.

"내 이름을... 불렀어."

"불렀지. 그게 왜."

채령은 대답 대신 천천히 다가왔다. 발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다가오는 기척만은 선명했다. 그녀는 백결의 코앞까지 와서 멈춰 섰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있는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다는 듯 흔들리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당신, 이름 불러줄 수 있어? 계속?"

백결은 대답하지 못했다. 질문의 무게가 생각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0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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