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요괴 사건과 원귀 목격자

02화 · 전체 28화

이름 없는 것

글 · 힐링아무

이튿날부터 백결은 매일 그 한옥을 찾았다. 낮에는 인근 주민들을 탐문하고, 해가 기울면 마당에 앉아 기다렸다. 뭘 기다리는 건지는 그 자신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팀장은 진척이 없다는 보고에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두르지 말라는 한마디만 덧붙였을 뿐이다. 그 말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들렸다.

사흘째 되던 날,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마루가 아니라 대문 안쪽, 담벼락 그늘이었다. 흐릿한 형체는 어제보다 조금 더 또렷했다. 사람의 윤곽에 가까웠다. 긴 머리, 마른 어깨. 백결은 숨을 죽이고 천천히 다가갔다.

"너, 여기서 뭘 하는 거야."

형체가 움찔했다. 도망치려는 기색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이번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담벼락에 딱 붙은 채 그를 응시했다.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이 달싹였다. 그러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백결은 인상을 찌푸렸다. "말을 못 해?"

형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는 뜻인지, 모르겠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백결은 무당 할머니에게 배운 대로 손끝으로 허공에 짧은 결계 문양을 그렸다. 통상적인 원귀라면 이 앞에서 형체가 뚜렷해지거나, 최소한 반응을 보여야 했다.

그러나 이번 것은 문양이 그려지는 동안 오히려 더 옅어졌다 — 마치 이름을 불리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를 붙잡히는 걸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는 손을 거뒀다. 억지로 붙잡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도망갈 곳도 없어 보였으니까.

"이름이 뭐야."

형체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젓다가, 결국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백결이 시선을 따라간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마당 구석, 오래된 우물 자리였다. 뚜껑도 없이 방치된 채 이끼만 두껍게 앉아 있는 그곳을, 형체는 한참을 가리키다 손을 내렸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땐 형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백결은 우물가로 걸어가 안을 들여다봤다. 마른 지 오래된 우물 바닥엔 낙엽만 수북했다. 손전등을 비춰봐도 별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결국 사건 파일을 다시 펼쳤다. 이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통성명조차 되지 않는 존재를, 무슨 수로 조사한단 말인가.

파일 맨 뒷장, 실종자 인적사항 칸에 적힌 이름 세 글자가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채령.

이번에는 왠지, 눈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 이름을 손끝으로 한 번 쓸어보았다. 종이 위의 잉크일 뿐인데도, 손끝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0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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