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로 변한 한옥 마당에 노란 통제선이 삭아 끊어져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끊어진 테이프 자락이 힘없이 펄럭였다. 백결은 대문 앞에 서서 담배 대신 손끝으로 라이터만 만지작거렸다.
"3년 전 사건 현장을, 이제 와서."
요괴전담반으로 옮기고 처음 받은 사건이 하필 이거였다. 실종자 채령, 스물여섯. 목격자였다가 함께 사라졌다는 여자. 사건은 미제로 남았고, 담당했던 형사 둘은 각각 좌천되거나 사표를 냈다. 팀장은 파일을 넘기며 딱 한마디만 했다.
"이번엔 네가 봐야 할 게 있을 거다." 그 말의 의미를 백결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마당을 가로질렀다. 발밑에서 마른 잎이 부서지는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다. 인기척은 없는데, 목덜미가 서늘했다. 어릴 적부터 익숙한 감각이었다. 보여선 안 될 것이 근처에 있다는 신호. 할머니는 늘 그 감각이 올 때마다 눈을 내리깔라고 가르쳤다.
보되, 아는 척은 하지 말라고. 그는 오랫동안 그 말을 충실히 따라왔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억누르는 법은 배웠어도, 완전히 지우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마루 끝, 그림자가 진 자리에 무언가 있었다. 사람의 형체 같기도, 아지랑이 같기도 한 흐릿한 것. 백결이 시선을 주자 그것은 흠칫 물러났다— 마치 들켰다는 듯이. 그 반응이 낯설었다. 그가 아는 원귀들은 대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매달리거나, 원망하듯 노려보거나. 이건 둘 중 어느 쪽도 아니었다.
"거기 뭐야."
대답은 없었다. 형체는 그저 그를 물끄러미 보고만 있었다. 사람이었다면 눈이 마주쳤다고 표현했을 만큼, 분명한 응시였다. 백결은 한 걸음 다가섰다. 그 순간 흐릿한 형체가 순식간에 옅어지더니, 마루 밑 어둠 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졌다.
백결은 그 자리에 한참 서 있었다. 흔한 잡귀는 아니었다. 뭔가, 결이 달랐다 — 정확히 뭐가 다른지는 그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다.
수첩을 꺼내 사건 파일을 다시 넘겼다. 실종자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채령.
낯익은 이름은 아니었는데, 왠지 입안에서 낯설지 않게 맴돌았다. 그는 그 이름을 소리 내어 읽지 않았다. 아직은,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