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벨이 왕도로 떠난 뒤, 저택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채령을 향한 하인들의 시선에서 경계와 수군거림은 서서히 걷혔고, 그 자리를 조심스러운 호기심이 채웠다. 왕실 조사관이 직접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은, 저택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안도를 주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빠르게 퍼진 소문이 있었다. 백결이 계속 저택에 머무는 이유가, 유설과의 혼담 때문이 아니라 채령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기사님이 그날 밤, 아가씨 손을 그렇게 다정하게 잡으셨다며?" "조사관님도 그 앞에서 두 분 사이를 알아채셨다던데."
하인들의 수군거림은 소리를 낮췄을 뿐, 완전히 감춰지지는 않았다. 그 소문은 결국, 유설의 귀에도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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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은 그 소문을 전해 들은 그날, 오랫동안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시녀가 몇 번이나 문을 두드렸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방 안, 유설은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 속 자신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 거울은 손거울이 아니라, 평범한 화장대 거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자신의 얼굴이 아니라 채령의 웃는 얼굴이었다.
"...감히."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태어난 순간부터 이 저택의 모든 것은 그녀의 몫이어야 했다. 아버지의 인정도, 가문의 명예도, 그리고 언젠가 맞이할 배필의 마음까지도. 그런데 그 모든 것 중 하나를, 이름조차 제대로 불려본 적 없는 하녀의 딸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이, 그녀의 자존심 가장 깊은 곳을 건드렸다.
"...더는 못 참겠어."
그녀는 화장대 서랍에서 손거울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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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
"부르셨습니까."
"이제 됐어요. 더 기다릴 필요 없어요."
유설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리 감정이 실려 있었다. 처음으로, 그녀는 계산이 아니라 순수한 분노로 그를 부른 참이었다.
"...무슨 뜻입니까."
"그 애를, 완전히 끝장내고 싶어요. 이 저택에서, 다들 보는 앞에서."
도진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유설이 볼 수 없는 미소였다.
"마침 좋은 기회가 있습니다."
"...무슨 기회요."
"곧 남작님께서 여시는 수확제 연회가 있지 않습니까. 그 자리에서, 그 아이의 정체를 저택 전체에 공개하는 겁니다. 다만—"
"다만, 뭐요."
"단순히 출생만 밝히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힘까지 함께 드러나야, 완전히 돌이킬 수 없게 될 겁니다."
유설의 눈이 번뜩였다.
"그 힘을 어떻게 끌어내죠?"
"위협을 느끼면, 그 힘은 반응합니다. 그리고 그 반응이 격렬할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받아들이게 되겠지요."
도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계획은 명백히 잔인했다.
"연회 당일, 제가 손을 좀 쓰겠습니다. 아가씨는 그저, 사람들 앞에서 그 아이의 출생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만 하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지요."
유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계획이 어디까지 위험한 것인지, 그녀는 완전히 가늠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그녀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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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채령과 백결은 저택 정원을 함께 거닐고 있었다. 조사관이 떠난 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굳이 말로 확인하지 않아도, 서로를 향한 마음을 이제는 감추지 않아도 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이제 소문이 다 퍼졌나 봐요."
채령이 조금 쑥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신경 쓰이십니까."
"...조금요. 근데 싫지는 않아요."
백결이 옅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저도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나란히 걸으며, 곧 다가올 수확제 연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택 전체가 오랜만에 밝은 분위기로 들떠 있었다.
그러나 그 평온 뒤에서, 이미 다른 그림자가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두 사람은 아직 알지 못했다.
9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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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에서는 수확제 연회 당일, 유설과 도진이 계획한 함정이 채령과 백결을 향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