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하녀 소생 영애는 지켜지고 싶다

10화 · 전체 35화

수확제

글 · 힐링아무

수확제 연회는 레이번 남작가에서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였다. 영지 전역의 유지들과 인근 귀족 가문들이 모여드는 자리였고, 저택의 대연회장은 며칠 전부터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채령은 이번만큼은 구석 자리가 아니라, 남작의 배려로 조금 더 앞쪽 자리에 앉게 되었다. 백결과의 소문이 이미 공공연해진 지금, 저택 사람들도 더 이상 그녀를 완전히 없는 사람처럼 대하지는 않았다.

"오늘 예쁘십니다."

백결이 그녀의 곁에서 낮게 말했다. 채령은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긴장돼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선 적이 없어서."

"제가 곁에 있겠습니다."

그 말에, 채령의 긴장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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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가 무르익을 무렵, 유설이 손님들 사이를 오가며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겉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안주인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이따금, 채령과 백결이 있는 쪽을 향했다.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남작이 손님들 앞에서 짧은 인사말을 전하려 단상에 올랐다. 그 순간, 유설이 조용히 단상 옆으로 다가섰다.

"아버지, 제가 먼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남작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설은 손님들을 향해 화사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같이 좋은 날, 저희 가문의 숨겨진 이야기 하나를 나누고 싶어요."

연회장이 순간 조용해졌다. 채령은 불길한 예감에 몸이 굳었다.

"제 동생, 채령이는 아시다시피 저희 아버지의 하녀였던 분의 딸이에요. 그리고—"

유설이 잠시 뜸을 들였다.

"그 동생에게는, 아주 특별한 힘이 있답니다."

손님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채령이 벌떡 일어서려 하자, 백결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괜찮습니다. 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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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드릴까요? 손끝에서 빛이 난다는, 그 신비한 힘을."

유설이 채령 쪽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 순간, 연회장 창문 밖에서 검은 그림자가 스며들듯 안으로 침투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그림자는 순식간에 형체를 갖추며 채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채령!"

백결이 몸을 던져 그녀 앞을 막아섰다. 그림자의 발톱이 그의 어깨를 깊게 베었다. 그가 신음하며 무릎을 꿇었다.

"백결!"

채령의 손끝에서 강렬한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연회장 전체가 그 빛에 휩싸였다. 그림자는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며 흩어졌지만, 그 빛의 잔영은 손님들의 눈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정적이 흐른 뒤, 여기저기서 겁에 질린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저게 대체..." "괴물이야, 저 아이는 괴물이야!"

채령은 백결을 부축한 채, 자신을 향한 수십 개의 시선을 마주해야 했다. 그 시선들 속에는, 조사관이 다녀간 뒤 잠시 걷혔던 두려움과 혐오가 다시 짙게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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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은 그 광경을, 단상 위에서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슬픔이나 놀라움 대신, 만족에 가까운 서늘함이 걸려 있었다.

"...역시, 이래야 맞지."

그녀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남작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손님들을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이미 퍼진 소문과 목격담은 되돌릴 수 없었다.

백결은 상처 입은 어깨를 부여잡으면서도, 채령의 손을 놓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제가 있는 한, 아무도 당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도, 이 상황이 결코 쉽게 수습되지 않으리라는 무거움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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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장 밖 어둠 속, 도진은 조각난 그림자의 잔영이 흩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옅게 웃었다.

"...완벽하군."

그는 유설이 원한 것 이상으로, 자신이 원하던 결과까지 함께 얻어낸 참이었다. 채령의 힘은 이제 완전히 공개되었고, 저택은 더 이상 그녀에게 안전한 곳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 슬슬, 저 아이가 이 저택을 떠날 시간이군."

그가 낮게 중얼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10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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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에서는 연회의 여파로 채령이 저택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몰리며, 백결과 함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10화 끝

다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