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들의 상처는 점점 늘어갔다. 처음에는 마을 외곽의 양 몇 마리였지만, 며칠이 지나자 저택의 마구간까지 그 흔적이 미쳤다. 백결은 매일 밤 태오와 함께 저택 주변을 순찰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는 좀처럼 꼬리를 잡히지 않았다.
"이거, 단순한 짐승이 아닌 건 확실한데요."
태오가 상처 자국을 살피며 말했다. 상처 주변으로 옅게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법의 흔적이야. 그것도 상당히 절제된."
백결이 낮게 답했다. 절제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가 신중하다는 뜻이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무언가를 가늠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백결 님, 혹시... 저택 안에 원인이 있는 건 아닐까요?"
태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야."
백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별채 쪽을 향했다. 정확히는, 채령이 머무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가 떠올린 것은 의심이 아니라, 오히려 걱정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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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채령은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그저 이따금 찾아오는 불면이었다. 결국 그녀는 옷을 걸치고 홀로 정원으로 나섰다.
달빛 아래 정원은 낮과는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채령은 늘 그렇듯 장미 넝쿨 사이를 걸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
그때, 정원 구석의 어둠 속에서 낮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짐승의 것이라기엔 지나치게 낮고 음산한 소리였다. 채령이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을 때, 어둠 속에서 붉은 눈 두 개가 그녀를 향해 번뜩였다.
"...!"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가 그녀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채령은 놀라 뒷걸음질치다 넝쿨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채령!"
멀지 않은 곳에서 순찰 중이던 백결이 그녀의 비명 섞인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그가 도착했을 때, 그림자는 이미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백결은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러 그림자를 갈랐다. 그림자는 낮은 신음을 내며 검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괜찮으십니까?"
백결이 급히 그녀를 살피며 물었다. 채령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놀라기만 했어요."
그러나 그녀의 손끝은 여전히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백결은 그 떨림을 알아챈 듯,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감쌌다.
"...다행입니다."
낮은 목소리였다. 채령은 그 손의 온기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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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을 듣고 태오와 하린도 뒤늦게 달려왔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하린이 다급히 채령을 살폈다.
"방금 그거, 아까 마을에서 본 상처 자국이랑 같은 종류예요."
태오가 그림자가 사라진 자리를 살피며 말했다. 백결은 검을 거두며 낮게 중얼거렸다.
"...역시, 목표가 있었군."
그의 시선이 다시 채령을 향했다. 이번엔 확신에 가까운 의심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를 향한 경계가 아니라, 그녀를 위협하는 무언가에 대한 경계였다.
"오늘 밤은 제가 근처를 지키겠습니다."
백결이 담담히 말했다.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아뇨. 오늘은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의 말투에는 거절을 허용하지 않는 단호함이 있었다. 채령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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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백결은 채령이 머무는 별채 앞 복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린이 담요와 따뜻한 차를 챙겨다 주고는, 눈치 빠르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채령이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이미 온 걸 어쩌겠습니까."
백결이 옅게 웃으며 답했다. 채령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옆에 담요를 들고 나와 앉았다.
"...혼자 지키게 두는 것도 마음이 불편해서요."
두 사람은 나란히 복도에 앉아, 한동안 말없이 어둠을 바라보았다. 채령은 굳이 낮에 있었던 일을 입에 담지 않았다. 이미 지나간 일이었고, 그런 일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구하는 것은 그녀의 방식이 아니었다.
"...밤에 이렇게 앉아 있으니, 낮보다 훨씬 조용하네요."
채령이 먼저 침묵을 깼다. 다른 뜻 없는, 그저 그 순간의 공기를 채우기 위한 말이었다.
"원래 이 시간이 제일 정직합니다. 낮에는 다들 뭔가를 꾸미고 있지만, 이 시간엔 다들 지쳐서 그럴 힘도 없거든요."
백결이 담담히 답했다. 채령은 옅게 웃었다.
"기사님도 지치세요?"
"...가끔은."
짧은 침묵이 흘렀다. 채령은 무릎을 세워 담요를 조금 더 끌어당겼다.
"저 때문에 못 주무시게 해서 죄송해요."
"이건 제 일입니다."
"그래도요."
백결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낮게 답했다.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 말은 짧고 무뚝뚝했지만, 그 안에 담긴 온도만큼은 분명했다. 채령은 그 이상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곁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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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채령은 결국 복도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백결은 그녀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담요를 여며주었다. 그리고 한동안, 그녀의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켜주고 싶다.'
그런 생각이 문득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그저 기사로서의 책임감이라 여겼지만, 이제는 그 감정이 단순한 책임감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 자신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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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사당도 없는 숲속 낡은 오두막에서, 도진은 조각난 그림자 하나가 흩어지는 것을 손끝으로 느끼며 낮게 웃었다.
"...역시, 지키는 대상이 생기니 반응이 빠르군."
그는 유설에게서 얻은 정보로 만들어낸 작은 시험체가 실패한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그 실패조차, 그에게는 유용한 정보였다.
"기사가 붙어 있는 한, 그릇은 더 빨리 여물 것이다."
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다음 계획을 그리기 시작했다.
5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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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에서는 유설이 자신이 건넨 정보가 실제로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채기 시작하며, 죄책감과 질투 사이에서 갈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