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채령의 주짓수 생활기

05화 · 전체 30화

도복에도 예절이 있다

글 · 힐링아무

S#1. 구월동무주짓수 탈의실 앞 - 낮

(채령, 도복 가방을 메고 들어선다. 하린, 이미 도착해서 도복을 정리하고 있다.) 채령 하린아, 근데 도복은 얼마나 자주 빨아야 돼? 나 어제 하고 오늘 또 입어도 되나.

하린 (단호하게) 안 돼! 매번 빨아야 해. 땀 밴 채로 또 입으면 냄새도 냄새고, 피부 트러블도 생길 수 있어. 채령 (놀라며) 매번? 그럼 도복 몇 벌 있어야 돼? 하린 최소 두 벌은 있는 게 좋아. 하나 빨래하는 동안 하나 입게.

(유설, 뒤에서 듣고 있다가 끼어든다.) 유설 (심드렁하게) 그리고 손톱 발톱도 짧게 깎아야 해. 안 그러면 롤링하다 상대 긁혀. 하린 (유설 쪽 보지도 않고) 그건 나도 알거든.

유설 (똑같이 안 보고) 몰라서 말한 거 아니고 채령이 들으라고 한 거야. (둘 사이, 미묘하게 날카로운 공기가 흐른다. 채령, 눈치를 살핀다.) 채령 (작게, 태오에게) 쟤네 왜 저래?

태오 (작게 속삭이며) 며칠 전에 둘이 같은 기술 배우다가 하린이가 먼저 성공했거든. 유설이 그거 은근 신경 쓰고 있어.

S#2. 매트바닥 - 잠시 후

(수업 시작 전, 관장이 회원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한다.) 관장 자, 오늘은 위생이랑 매너 얘기 한 번 더 하고 갈게요. 다들 알겠지만 반복해야 하는 거니까.

관장 도복은 매 수업 세탁, 손발톱 짧게, 그리고 롤링 전엔 반드시 인사. 상대가 나보다 약해 보여도 절대 전력으로 하지 않기. 채령 (손 들며) 저 질문 있는데요, 인사는 왜 해요?

관장 (웃으며) 상대방한테 배우겠다는 뜻이에요. 주짓수는 상대 없이는 못 배우거든요. 그래서 롤링 시작 전, 끝나고 꼭 악수나 가벼운 인사를 해요. (하린과 유설, 나란히 서서 서로에게 인사한다. 표정은 여전히 뾰족하다.) 하린 (짧게) 잘 부탁해.

유설 (똑같이 짧게) 어. (둘, 롤링 시작. 확실히 평소보다 강도가 세다. 관장, 눈치채고 다가온다.) 관장 (단호하게) 야, 둘 다 스톱. 이거 롤링이지 싸움 아니다.

(하린과 유설, 서로 눈치 보며 멈춘다.)

S#3. 매트바닥 한쪽 - 롤링 후

(하린과 유설, 따로 앉아 물을 마신다. 채령, 조심스럽게 하린 옆에 앉는다.) 채령 둘이 무슨 일 있어? 하린 (한숨) ...별거 아니야. 그냥 좀 자존심 상해서.

채령 뭐가? 하린 유설이 나보다 늦게 시작했는데 요즘 늘어서. 나도 모르게 신경 쓰이나 봐. (태오, 다가와 하린 옆에 앉는다.)

태오 (다정하게, 그러나 장난스럽게) 야, 너 늘 그거 이겨야 되는 거 아닌데. 각자 속도 다른 거야. 하린 (괜히 툴툴대며) 알아, 아는데도 그래. 태오 (머리 톡 치며) 그래도 너 폼은 여전히 제일 예뻐.

하린 (피식) 그런 말이 위로가 되긴 하네. (유설, 반대편에서 그 모습을 슬쩍 보다가 시선을 돌린다.)

S#4. 매트바닥 - 수업 마무리

(관장, 마무리 인사를 한다.) 관장 오늘도 다들 고생했어요. 그리고 하린이, 유설이. 롤링은 승부가 아니에요. 오늘 배운 거 하나 늘리고 가는 거지. 하린 (작게) 네...

유설 (역시 작게) 네. (수업 끝나고, 유설이 먼저 하린에게 다가간다.) 유설 (무심한 척, 그러나 먼저 건네는) ...아까 그 기술, 어떻게 한 거야?

하린 (놀랐다가, 이내 씩 웃으며) 가르쳐줄까? 유설 (살짝 당황하다가) ...뭐, 그럼 알려주든가. (채령, 그 모습을 보며 하린에게 눈짓. 하린도 슬쩍 웃는다.)

채령 (혼잣말, 핸드폰 메모장에 적으며) 오늘 배운 것 1. 도복은 매번 세탁, 손발톱은 항상 짧게

2. 롤링 전후엔 반드시 인사 — 상대에 대한 예의 3. 롤링은 승부가 아니라 배우는 시간 (화면, 매트 위에서 나란히 기술을 맞춰보는 하린과 유설을 비추며 천천히 줌아웃.)

S#4 END. (다음 화 예고: 채령, 첫 매트 화상 대회(내부 스파링 데이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백결과 도진, 오랜만에 나란히 롤링을 하게 된다.)

05화 끝

다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