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ARAVERSE STUDIO
짱과 전학생

01화 · 전체 20화

전학생

글 · 힐링아무

3월의 첫 등교일. 정문을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약속이나 한 듯 한곳으로 쏠렸다.

도재현.

키가 컸고, 셔츠 단추는 두 개쯤 풀려 있었고, 넥타이는 습관처럼 느슨했다. 걸음이 유난히 빠른 것도 아닌데, 그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아이들이 저절로 길을 텄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런 공기였다.

재현은 그 시선들에 이제 아무 감흥도 없었다. 3년째 반복되는 풍경이었으니까.

교실 문을 열자 담임이 먼저 와 있었다. 재현을 보더니 씩 웃었다.

"마침 잘 왔다. 오늘 전학생 온다."

재현은 대꾸 없이 자기 자리로 가 앉았다. 전학생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하루 이틀이면 이 반의 룰을 알게 될 테니까.

조회 시작종이 울리고, 담임이 문 쪽을 향해 손짓했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한 남학생이 들어섰다. 마르고 나른한 인상. 갈색 빛이 도는 앞머리가 눈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목에는 이어폰을 걸고 있었고, 손에는 낡은 문고본 한 권이 들려 있었다.

"서은호입니다."

짧은 인사였다. 목소리에 별다른 긴장이 없었다. 교실 안이 술렁였다 — 신입생이 으레 보이는 어색함이나 위축감이 전혀 없어서였다.

담임이 자리를 지정해주며 뭐라 덧붙였지만, 재현은 듣지 않았다. 대신 은호가 교실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짧은 순간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보통은 다들 피했다. 시선이 마주치면 반사적으로 눈을 내리깔거나, 어색하게 웃어 보이거나. 그게 이 학교에서, 이 반에서 재현을 마주하는 방식이었다.

은호는 피하지 않았다.

무서워하는 눈빛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도전적인 것도 아니었다. 뭐랄까 — 재현을 마치 처음 보는 물건을 살펴보듯, 가늠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딱 1초 남짓.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선을 거두고 자리에 앉았다.

재현은 그 1초가 묘하게 거슬렸다.

—

쉬는 시간, 재현의 라인에 있는 애들 몇이 은호 자리로 몰려갔다.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냥 늘 하던 절차 같은 거였다 — 새로 온 애한테 은근슬쩍 규칙을 알려주는 것.

"너 자리 잘못 앉았다. 거긴 원래—"

"어, 미안." 은호가 순순히 가방을 옮기며 웃었다. "몰랐어."

너무 순순해서 오히려 김이 빠지는 반응이었다. 텃세를 부리려던 애들이 머쓱하게 물러났다. 은호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복도에서 지나가며 본 재현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시선만은 잠깐 그쪽에 머물렀다.

'싸우지도 않고, 기죽지도 않고.'

이상한 부류였다.

—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재현은 일부러 은호 자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확히는 '일부러'라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걸음이었지만.

"전학생."

은호가 고개를 들었다.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어."

"여기 룰 아직 모르나 본데." 재현이 팔짱을 끼며 은호의 책상 모서리에 기댔다. 흔한 방식이었다. 목소리 톤 하나로도 교실 안 공기가 얼어붙는 걸 재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설명해줄까?"

주변 애들 몇이 슬쩍 숨죽였다. 익숙한 장면이었다. 다음 대사는 대개 정해져 있었다 — 상대가 얼버무리거나, 사과하거나, 눈을 피하거나.

은호는 그중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턱을 괴고 재현을 올려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룰이 있어?" 정말 궁금하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럼 알려줘. 재밌겠네."

재현은 순간 말이 막혔다. 예상 밖의 반응이라서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 그 웃는 방식이, 뭔가 낯익어서였다.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이 잠깐 스쳤다가 사라졌다. 재현은 그걸 붙잡을 새도 없이 흘려보냈다.

"...말은 잘하네." 재현이 짧게 내뱉고 몸을 세웠다.

"칭찬이야?"

"글쎄."

재현은 대답 대신 몸을 돌려 걸어갔다. 등 뒤로 은호의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생각보다 별거 없네, 도재현."

낮고 가벼운 톤. 도발이라기엔 웃음기가 섞여 있었고, 놀림이라기엔 어딘가 씁쓸한 구석이 있었다. 재현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뒤돌아봤다면, 은호가 그 순간 짓고 있던 표정이 도발도 놀림도 아니라는 걸 알았을지도 모른다.

—

하굣길, 재현은 무심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은호의 뒷모습을 봤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뒷모습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뭐지, 저 자식.'

재현은 그 생각을 곱씹으며 가방을 고쳐 멨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그렇게 넘기려 했다.

그날 밤, 재현은 이유 없이 잠들기 전까지 낮의 그 웃음을 몇 번이고 떠올렸다. — *(다음 화 예고: 재현, 은호를 '길들이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01화 끝

다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