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채령의 자취방 - 밤
(작은 원룸. 화장대 거울 앞, 진채령이 옆으로 서서 배를 꼬집어보고 있다. 한숨.) 채령 (혼잣말) 아... 진짜 다이어트해야 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 백하린)
채령 (전화 받으며) 어, 하린아. 하린 (F, 사근사근한 목소리) 채령아, 또 야식 시켰지? 내가 다 알아. 채령 아니거든?! ...떡볶이는 야식이 아니라 저녁의 연장선이야.
하린 (F, 웃으며) 그니까 다이어트한다며. 내가 도와줄게, 마침 나 요즘 오빠 따라 주짓수 다니거든. 채령 오빠? 백결이 주짓수 해? 하린 (F) 어, 걔 거기서 검은띠야. 나랑 태오도 같이 다니고. 너도 와, 내가 관장님한테 미리 말해놓을게.
(채령, 거울 속 자신을 다시 한번 훑어보다가 결심한 표정.) 채령 콜. 나 살려줘, 하린아. 하린 (F) 걱정 마,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챙겨줄게.
S#2. 대학가 골목 - 낮
(세련된 상가 건물 3층. "구월동무주짓수" 로고 간판이 걸려 있다. 채령과 하린, 나란히 계단을 오른다. 하린은 딱 봐도 좋은 브랜드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 채령 (하린의 옷을 보며) 야 이거 완전 신상 아니야?
하린 (배시시 웃으며) 어, 이번에 나온 건데 너도 하나 골라줄까? 색깔 몇 개 더 있어. 채령 (손사래) 아니 됐어, 나 지금 그럴 처지가 아니야... 하린 (다정하게) 왜 이래, 내 절친이 운동하겠다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내가 해줘야지.
(채령, 피식 웃는다.)
S#3. 도장 내부 - 낮
(짙은 색 매트가 전체 바닥에 깔린 넓은 공간. 벽면은 검은 크래쉬 패드로 둘러져 있고, 한쪽 벽엔 철봉과 샌드백이 걸려 있다. 흰 벽과 노출된 배관 천장이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을 준다. 흰 도복, 파란 도복, 검은 도복을 입은 회원들이 여기저기서 각자 스파링과 스트레칭 중이다. 다들 맨발이다.)
(한쪽에서 검은띠를 맨 남자가 후배로 보이는 학생에게 조용히 기술을 교정해주고 있다. 백결이다. 말수는 적지만 시범 동작이 정확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하린 (매트 쪽에 대고 크게) 오빠! 채령이 데려왔어!
(백결, 고개를 들어 채령을 본다. 순간 표정이 살짝 풀린다.) 백결 (다가오며, 담담하지만 다정한 톤) 왔어? 잘 왔다. 채령 (괜히 민망해서) 어, 그냥... 살 좀 빼보려고.
백결 (채령을 위아래로 슥 보더니) 살은 무슨. 그래도 다치면 안 되니까 오늘은 내가 볼게. (그때, 매트 반대편에서 밝은 목소리가 끼어든다.) 태오 (매트바닥 저편에서 손 흔들며) 어! 채령이 진짜 왔네!
채령 (반갑게) 태오야, 너도 여기 다녔어? 태오 어, 이 남매가 하도 오라 그래서. (웃으며) 근데 여기 진짜 재밌어. 너도 곧 중독될걸? 하린 (태오 쪽으로 눈 흘기며) 야, 너 아까 준비운동도 안 하고 몸도 안 풀고 바로 스파링 들어갔지?
태오 (뜨끔) 어... 아니 몸이 근질거려서. 하린 (팔짱 끼며) 저번에 그러다 발목 삐끗한 거 벌써 잊었어? 태오 (억울한 척) 아니 그건 상대가 반칙을 해서—
하린 (말 자르며, 그래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잔말 말고 스트레칭 마저 해. 나 보는 데서. 태오 (투덜대면서도 순순히 다리 벌리며 스트레칭 시작) 아휴, 알았어 알았어. 잔소리는.
(그러면서도 슬쩍 하린이 안 보는 타이밍에 매트 가장자리 정리해주고, 하린이 벗어둔 겉옷을 슬쩍 옷걸이에 걸어준다. 채령,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씩 웃는다.) 채령 (작게, 하린에게) 방금 봤어? 하린 (아무렇지 않은 척) 뭘.
채령 (웃으며) 아니야, 아무것도. (매트 구석, 유설이 혼자 스트레칭하며 이어폰을 낀 채 앉아 있다. 채령을 보고는 손만 살짝 들어 인사한다.) 유설 (심드렁하게, 그러나 다정함이 아예 없진 않은) 왔냐. 너도 결국 오는구나.
채령 어제 하린이가 하도 꼬셔서. 유설 (작게 피식) 걔는 원래 그래. (도장 문이 열리고, 제갈도진이 사복 차림에 노트북 가방을 메고 들어온다. 백결과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고는 관장과 서류를 주고받는다.)
채령 (하린에게 작게) 도진이는 오늘도 운동 안 해? 하린 (속삭이며, 웃음 참으며) 걔는 몸보다 머리를 더 굴리는 애잖아. 그래도 우리 중에 제일 든든할 때도 있어. 도진 (지나가며, 채령 쪽으로 살짝 시선) 왔네.
채령 어... 응. (도진, 별다른 말 없이 매트 가장자리 대기 공간으로 향하려다 잠시 멈춘다. 채령을 한 번 더 돌아보며, 혼잣말처럼 아무도 못 들은 듯 작게 중얼거린다.) 도진 (혼잣말) ...어쩐지, 낯익네.
(그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매트 가장자리로 향한다. 채령, 뭔가 묘한 기분에 하린을 본다.) 하린 (씩 웃으며) 신경 쓰지 마, 원래 저래.
S#4. 매트바닥 - 잠시 후
관장 백결아, 채령이 기초 좀 봐줘. 백결 (짧게) 네. (백결, 채령 옆에 앉는다. 무표정에 가깝지만 눈빛은 신경 쓰는 티가 역력하다.)
백결 (담담하게, 그러나 세심하게) 아프면 바로 손으로 매트 두 번 쳐. 무리하지 말고. 알았지? 채령 (얼떨결에) 어... 알았어. (하린, 매트바닥 한쪽에 다리 꼬고 앉아 핸드폰으로 그 모습을 흐뭇하게 촬영 중이다.)
하린 (혼잣말, 뿌듯하게) 역시... 우리 오빠, 채령이한텐 진짜 다르다니까. 태오 (하린 옆에서 같이 구경하며) 야 그거 나중에 단톡방에 올릴 거지? 하린 (당연하다는 듯) 당연하지.
(카메라, 매트바닥의 채령과 백결을 비추며 서서히 줌아웃. 도장 한쪽에서 무심히 이 광경을 지켜보는 제갈도진의 시선으로 컷.) S#4 END.
(다음 화 예고: 채령, 첫 조르기 기술에 항복을 선언하다. 그리고 6인방 단톡방에 하린이 찍은 "은근 다정한 백결" 영상이 올라오며 놀림이 시작된다.)